
“이익률은 몇 %가 적정한가요?”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늘 한 박자 늦게 대답합니다. 숫자 하나로 답하면 편하겠지만, 그 숫자가 누군가의 가격표가 되고, 누군가의 월급이 되고, 어떤 달에는 대표의 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많은 대표님들이 ‘업계 평균’이라는 말에 기대서 가격을 정하신다는 점입니다. 평균은 안전해 보이지만, 내 사업의 원가와 고정비는 평균이 아니죠.
적정 이익률은 ‘희망’이 아니라 ‘생존선’입니다
적정 이익률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떠나지 않는 범위이면서 동시에 고정비를 감당하고 남는 범위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익률은 숫자놀음이 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에서는 “마진은 있는데 돈이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 이유는 대개 손익 구조가 아니라 ‘현금 흐름’까지 포함한 그림을 못 그렸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오후 늦게, 창고 겸 사무실을 쓰는 도소매 업체 대표님과 엑셀을 펼쳐놓고 원가를 뜯어본 적이 있습니다. 대표님이 “우린 30% 마진이에요”라고 말했는데, 고정비와 반품·폐기·프로모션을 넣자 30%는 금세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숫자가 틀렸다기보다, 숫자에 들어가지 않은 현실이 너무 많았던 겁니다.
이익률을 정하기 전에 꼭 나눠야 하는 3가지 비용
이익률을 정확히 잡으려면 비용을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성격대로 분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매출이 늘면 같이 늘어나는 비용”과 “매출이 없어도 나가는 비용”이 구분됩니다. 여기서부터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 변동비: 매출이 발생할 때 같이 발생(재료비, 상품매입, 배송비, 결제수수료 등)
- 준변동비: 매출과 연동되지만 계단식(인건비 일부, 외주비, 광고비 등)
- 고정비: 매출과 무관하게 발생(임대료, 정규 급여, 감가상각, 이자비용 등)
보통은 변동비만 ‘원가’로 인식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손익을 무너뜨리는 건 준변동비에서 자주 터집니다. 매출이 조금 오르면 인력을 늘리고, 외주를 붙이고, 광고를 올리는데… 어느 순간 매출이 꺾이면 비용은 잘 안 내려옵니다. 그게 체감으로는 “매출은 있는데 남는 게 없다”로 느껴집니다.
손익 시나리오: 베이스·다운·업 3장으로 끝내기
시나리오를 거창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권하는 건 딱 3장입니다. 베이스(현재), 다운(최악), 업(최선). 이 3장만 있으면 이익률 목표도 훨씬 현실적으로 잡힙니다.
가장 먼저 ‘공헌이익’부터 잡습니다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은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입니다. 공헌이익이 고정비를 덮고 나면 그때부터 진짜 이익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대표님들이 가장 빨리 깨닫는 게 있습니다. “가격을 3% 올리는 것”과 “변동비를 3% 줄이는 것”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 항목 | 다운 시나리오 | 베이스 시나리오 | 업 시나리오 |
|---|---|---|---|
| 매출 | 80,000,000 | 100,000,000 | 120,000,000 |
| 변동비(원가/수수료/물류) | 52,000,000 | 63,000,000 | 74,000,000 |
| 공헌이익 | 28,000,000 | 37,000,000 | 46,000,000 |
| 고정비(임대/급여/이자 등) | 32,000,000 | 32,000,000 | 34,000,000 |
| 영업이익 | -4,000,000 | 5,000,000 | 12,000,000 |
표를 보면 답이 명확해집니다. 다운 시나리오에서 적자가 난다면, 그 적자를 막는 최소 이익률(혹은 공헌이익률)이 곧 ‘생존선’입니다. 그러면 이제 질문이 바뀝니다. “이익률을 몇 %로 잡아야 하나요?”가 아니라 “다운이 와도 흑자를 유지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요?”로요.
이익률은 목표가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기준선입니다.
적정 이익률을 ‘숫자 하나’로 고정하면 위험해집니다
실무에서는 이익률을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구간(레인지)으로 둡니다. 예를 들어 ‘기본 판매는 18~22%’, ‘프로모션은 12~15%’, ‘대량 납품은 8~12%’처럼요. 대신 조건이 붙습니다. “대량 납품 10%를 하려면, 회수 조건과 물류 조건이 이렇다” 같은 식입니다. 조건 없는 낮은 이익률은 매출이 아니라 빚으로 바뀌기 쉽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자주 쓰는 체크 질문이 있습니다. 대량 납품이나 특판을 앞두고 이 질문에 답이 바로 나오지 않으면, 잠깐 멈추는 게 안전합니다. 돌이켜보면 그 멈춤이 손실을 막아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 이 거래로 고정비가 분산되는가, 아니면 추가 인력이 필요한가
- 현금 회수(외상/정산)는 몇 일인가
- 반품·클레임·폐기 부담은 누가 지는가
- 다음 달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가
현장에서 바로 쓰는 ‘이익률 목표’ 설정 순서
결국 이익률은 “희망”이 아니라 “순서”로 만들어집니다. 아래 순서대로만 잡아도, 적어도 ‘망하는 가격’은 피할 확률이 확 올라갑니다. 아, 이건 정말 체감이 큽니다.
- 1) 최근 3개월 기준 변동비(진짜 원가)를 다시 산정합니다.
- 2) 고정비를 월 기준으로 확정하고, 고정비가 흔들리는 항목을 표시합니다.
- 3) 다운·베이스·업 시나리오로 영업이익이 어떻게 변하는지 봅니다.
- 4) 다운에서도 0 또는 소폭 흑자를 만드는 최소 공헌이익률을 ‘하한선’으로 둡니다.
- 5) 베이스에서 투자·채용·대출 상환까지 감당 가능한 목표 이익률을 ‘운영 목표’로 둡니다.
이익률은 숫자이지만, 그 숫자 뒤에는 사람과 선택이 붙어 있습니다. 어떤 달에는 한 줄의 이익이 “그래도 계속 해보자”는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익률을 ‘자존심’으로 잡지 말고, ‘계획’으로 잡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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