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 회의 운영법, 문제는 테이블 위에 올리고 사람은 테이블 밖에서 보호하기
회사 안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조용히 쌓여 있던 갈등이 회의 자리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장면일 때가 많습니다.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표정은 굳어가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결과보다 감정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한 건, 모두가 회의를 “해결하려고” 시작했는데 정작 끝나고 나면 관계만 더 틀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제조업 고객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월요일 아침 생산·영업·관리 팀장들을 모아 “납기 지연 원인 점검 회의”를 열었는데, 20분 만에 분위기가 언성이 높아지는 책임공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순간 회의실 공기가 확 식어버리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 회사에서는 중요한 갈등이 있을 때마다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테이블 위에, 사람은 테이블 밖에.” 오늘은 이 원칙을 실제 회의에 어떻게 녹여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갈등이 터지는 회의, 왜 할수록 더 꼬이는가
갈등 회의가 실패하는 이유는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 이미 승패가 정해진 게임처럼 세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오늘은 끝장내야지” 마음을 먹고 들어오고, 또 누군가는 “괜히 총알받이 되지 말자”고 마음을 닫고 앉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안건이 아무리 좋아도 회의는 감정과 방어기제의 싸움이 됩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서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갈등의 내용과 함께 지난 3년, 5년, 그 이상 쌓인 감정까지 한 번에 등장합니다. “그때도 그랬잖아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회의는 현재의 문제에서 과거의 서운함으로 옮겨가 버립니다. 이때 필요한 건 더 강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갈등을 담아낼 회의의 구조입니다.
사람을 고치려 들면 싸움이 되지만, 구조를 고치려 들면 협력이 됩니다.
문제는 테이블 위에, 사람은 테이블 밖에 두는 원칙
“문제는 테이블 위에” 둔다는 말은 아주 단순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안에 집중하는 회의를 만들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막상 회의를 해보면 “왜 그렇게 했어요?” 같은 질문이 나오면서, 언제든지 사람 비난으로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원칙을 문장으로만 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회의 진행 방식 전체를 이 원칙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 구분 | 감정 섞인 갈등 회의 | 구조화된 갈등 회의 |
|---|---|---|
| 회의 목적 | 누가 잘못했는지 가리기 |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밝히기 |
| 말하는 방식 | “당신이, 너희 팀이”로 시작 | “이 프로세스에서, 이 시점에”로 시작 |
| 기록 방식 | 발언자별 주장 정리 | 원인·사실·아이디어를 한 장에 구조화 |
| 회의 결과 | 감정의 흔적과 말싸움 | 합의된 실행 항목과 담당자·기한 |
사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룰 만들기
한 유통업 CEO는 갈등 회의 전에 반드시 세 가지 룰을 화이트보드에 적습니다. ① 사람이 아니라 행동·사실을 말한다 ② 끝까지 듣고 말한다 ③ 회의 후 뒷담화 금지. 처음에는 직원들이 형식적인 문구라고 웃어 넘겼지만, 몇 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이 룰이 실제로 사람을 지켜준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 “당신, 너희 팀” 대신 “이 과정, 이 단계”로 표현하는지 확인한다.
-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지, 회의 전에 모두에게 다시 상기시킨다.
- 회의에서 했던 말을 회의실 밖에서 왜곡해 전달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감정은 숨기지 말고, 안전하게 다룰 그릇을 만든다
갈등 회의에서 감정을 완전히 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없애려 하면 표정만 더 굳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순서입니다. 먼저 사실과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그다음에 “이 상황이 어떤 감정을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하게 하면 감정 표현도 훨씬 건설적으로 나옵니다.
갈등 회의를 설계하는 5단계 운영법
갈등이 예상되는 회의를 열어야 할 때, 아래 5단계 구조를 기준으로 회의를 디자인해보시면 좋습니다. 이 구조만 지켜도 회의 후에 “그래도 정리가 됐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1단계: 안건을 사람 이름이 아닌 ‘문제 문장’으로 정의하기
“영업팀·생산팀 갈등 조정 회의” 같은 제목 대신, “납기 지연 원인과 재발 방지 방안 회의”처럼 문제를 문장으로 적습니다. 회의 공지에도 “이번 회의의 목적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안을 만드는 것입니다”라고 명시합니다. 그 한 줄이 참가자들의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합니다.
- 회의 제목에 사람·팀 이름 대신 문제를 넣어 정의했는가?
- 회의 목적을 한 문장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정리했는가?
- “오늘 이 회의에서 결정할 것 2~3가지”를 사전에 적어두었는가?
2단계: 사실·관점·감정을 분리해서 듣는 판 만들기
갈등 회의에서는 화이트보드나 큰 종이 한 장을 세 칸으로 나눠 쓰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큽니다. 왼쪽에는 사실(숫자, 날짜, 실제 발생한 일), 가운데에는 각 팀의 관점, 오른쪽에는 구성원들이 느낀 감정과 우려를 정리합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분리해두면,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게 사실인지, 해석인지”를 구분하게 됩니다.
3~5단계: 해결안 도출, 합의 정리, 회의 후 팔로업
사실과 관점, 감정까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으면 이제부터는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단계입니다. 이때도 순서를 정해두면 훨씬 수월합니다.
- 3단계: 각 팀이 생각하는 해결 아이디어를 비난 없이 나열한다.
- 4단계: 실행 가능성과 영향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함께 정한다.
- 5단계: 담당자·기한·측정 지표(KPI)를 간단히 적고 모두가 다시 읽어본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권하고 싶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대표나 진행자가 짧게라도 회의 소감과 감사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오늘 불편한 이야기까지 꺼내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회사가 한 칸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한 문장이 남으면, 다음 갈등 회의에 다시 참여할 용기가 조금은 생깁니다.
실전에서 바로 쓰는 갈등 회의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실제 현장에서 갈등 회의를 준비할 때, 책상 위에 두고 확인하면 좋은 체크리스트를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조직에서는 이 정도만 점검해도 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회의 제목이 사람·팀이 아니라 문제·과제로 정의되어 있는가?
- 회의 시작 전에 기본 룰(인신공격 금지, 말 끊지 않기 등)을 공유했는가?
- 화이트보드·종이를 활용해 사실/관점/감정을 분리해 적고 있는가?
- 책임 추궁보다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도록 진행하고 있는가?
- 회의 말미에 합의된 실행 항목과 담당자·기한이 정리되었는가?
- 참석자들에게 감사와 인정의 한마디가 남았는가?
돌이켜보면 갈등 회의가 잘 풀렸던 회사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갈등이 생겼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걸 함께 다룰 수 있는 회의법을 조직의 자산으로 키워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람을 상처 내지도 않는 그 중간 지점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직 안의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회의라는 그릇 안에서 안전하게 다루는 법을 익히면 회사는 한 단계 더 단단해집니다. 갈등 회의 설계와 진행, 그리고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면 함께 구조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맞춤 갈등 회의 설계와 조직문화 컨설팅이 필요하다면 한국경영컨설팅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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