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첫 정기자문 제안을 내밀던 오후
첫 정기자문 고객을 만났던 날은 아직도 분위기가 선명합니다. 늦가을, 사무실 근처 카페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단발성 컨설팅을 지나, 어느 정도 서로의 스타일을 익힌 뒤였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긴 틈에 저는 준비해 둔 자료를 꺼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대표님 회사에는 이제 단발성 점검보다 ‘정기자문 체계’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제 목소리도 아주 조금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1-1. “우리 회사 고정 멘토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제안을 설명하는 동안 사장님은 고개를 거의 끄덕이지 않았습니다. 표정만 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읽히지 않았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사장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대표님을 우리 회사 고정 멘토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계산이 돌아가다가도 마음 한쪽에서는 묵직한 책임감이 올라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프로젝트를 한 번 끝내는 관계가 아니구나” 하는 감정이었습니다.
1-2. 계약서 한 장에 담긴 서로의 불안과 기대
며칠 뒤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마주했을 때, 종이 한 장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계약 기간, 월 자문료, 미팅 횟수, 온라인 대응 범위까지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며 서로 합의했습니다. “이 정도면 대표님도 부담되지 않으시겠습니까?”라는 제 질문에, 사장님은 한 번 더 계약서를 내려봤다가 제 눈을 보며 “부담은 되지만, 이 정도는 제가 책임져야죠”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짧게 웃으며 도장을 찍었지만, 안쪽에서는 어쩐지 조금 뭉클했습니다.
2. 정기자문 관계가 바꿔놓은 것들
정기자문이 시작되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서로의 대화 방식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회의를 하면 늘 “이번 달 문제는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기자문이 되자, 자연스럽게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올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구조가 무엇인지”를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회사였지만 대화의 시간 축이 ‘지금’에서 ‘1년 후’로 늘어난 것입니다.
2-1. 월간 미팅이 만들어준 세 가지 변화
돌이켜보면, 첫 정기자문 고객과의 월간 미팅은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 구분 | 정기자문 이전 | 정기자문 이후 |
|---|---|---|
| 대화 주제 | 이번 달 문제, 급한 이슈 위주 | 연간 방향, 구조·시스템 중심 점검 |
| 관계의 느낌 | “필요할 때 부르는 외부 전문가” | “함께 그림을 그리는 내부 파트너” |
| 사장의 마음 | 불이 날 때마다 다른 사람 찾는 불안 | 언제든 상의할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
이 변화들은 재무제표에는 바로 찍히지 않았지만, 회의 때 사장님의 표정과 말투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이제야 우리 회사 연간 일정표가 사람답게 보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속으로 작게 안도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2. 문제보다 ‘호흡’을 먼저 보는 시선
정기자문을 하다 보면, 가끔은 일부러 문제를 급하게 해결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때도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로 개입했을 상황에서도, 대표와 상의한 뒤 “이번 달은 데이터를 조금 더 쌓아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때마다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립니다. “지금 바로 고쳐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초조함과, “그래도 회사의 호흡을 먼저 봐야 한다”는 차분함입니다. 첫 정기자문 고객과의 경험이, 제 안의 이 두 목소리를 조금씩 조율해 주었습니다.
3. 첫 정기자문 고객에게서 배운 나만의 원칙
시간이 지나며 정기자문 고객은 한 명, 두 명씩 늘어났지만, 첫 정기자문 고객에게서 배운 감각은 아직도 기준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때 만들어 둔 몇 가지 원칙은, 이후 만난 모든 자문 고객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3-1. 카톡보다 회의록, 말보다 ‘기록’
첫 정기자문을 진행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장면 중 하나는, 중요한 대화를 카톡 내역에만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찾아 헤맸던 순간입니다. 그 이후로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핵심 논의와 합의 사항은 꼭 회의록으로 정리해서 공유하자고요. 이 작은 원칙 덕분에 오해가 줄어들고, 서로의 기억이 ‘문서’라는 동일한 기준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 월간 미팅 후 24시간 이내 핵심 회의록 공유하기
- “해야 할 일(To-do)”과 “생각해 볼 질문”을 구분해서 적기
- 수치·데이터 출처를 회의록에 함께 남기기
- 합의한 일정은 캘린더에도 바로 반영하기
3-2. 숫자보다 먼저 관계를 점검하는 습관
정기자문 고객과 일하다 보면, 매출과 이익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하나 더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바로 관계의 온도입니다. 한 번은 미팅 말미에 사장님께 슬쩍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제 역할이 대표님께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사장님이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매출보다도 대표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든든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다짐했습니다. 숫자와 전략을 다루는 사람일수록, 관계의 온기를 먼저 챙겨야겠다고요.
돌이켜보면, 첫 정기자문 고객과의 기억은 제게도 하나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프리랜서 컨설턴트에서, 몇몇 회사의 “외부 기획조정실”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만든 출발점이었습니다. 가끔 지치고, 방향이 혼란스러울 때면 그날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계약서를 검토하던 장면을 떠올립니다. “우리 회사 고정 멘토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라는 한 문장이, 아직도 제 경영 인생을 조용히 밀어 주고 있습니다. 정기자문 관계를 도입하거나 정리하려고 고민하고 계신다면, 계약서 조항보다 먼저 서로의 기대와 책임을 솔직하게 나누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 대화가 잘 되었다면, 좋은 자문 계약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맞춤 자문 구조를 설계하고 싶으시다면, 회사의 단계와 사장의 삶의 리듬까지 함께 고려한 정기자문 모델을 함께 그려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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