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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영 전략·리더십

책 리뷰: Loon Shots — 사장이라면 꼭 짚어봐야 할 혁신 리더십 메모

이 책을 읽는 자세부터 달라야 했다

Loon Shots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건 구글이나 제약회사 이야기겠지, 우리 같은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있겠구나”라는 심리였습니다. 그러나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은 거대한 연구소 이야기가 아니라 사장이 매일 하는 선택에 대한 책이라는 걸 금방 느끼게 됐습니다. 회사에 들어오는 제안서, 직원들이 조심스럽게 꺼내는 아이디어, 대표 본인이 머릿속으로만 굴리는 신사업 계획들이 모두 이 책이 말하는 ‘룬샷(loon shot)’의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Loon Shots는 특별한 천재를 위한 책이 아니라, “미친 아이디어를 살릴지, 죽일지” 매일 결정해야 하는 사장을 위한 책입니다.
 

상황 1: 숫자를 보는 눈이 아이디어를 죽이는 순간

많은 대표가 그렇듯, 숫자를 중시하는 태도는 회사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그 눈으로 초기 아이디어까지 재단한다는 점입니다. 어느 제조업 대표와 회의를 하다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 팀장이 새로운 온라인 구독 모델을 제안했지만, 대표는 “지금 단가·원가 구조로는 1년 안에 손익분기점(BEP)이 안 나올 것 같다”는 이유로 회의를 끝냈습니다. 나중에 팀장과 따로 이야기를 해보니, “우리 회사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면 곧바로 ‘매출부터 가져와 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장은 매출표를 들고 아이디어를 재단하고, 직원은 그 눈치를 보고 아이디어를 숨깁니다. 이때부터 회사 안의 룬샷은 조용히 사라집니다.

Loon Shots는 이런 순간을 “사장 스스로가 혁신의 최대 리스크가 되는 장면”으로 읽게 만듭니다. 숫자에 대한 감각은 장점이지만, 그 숫자를 적용할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리더십입니다.

 

리더행동 1: 프랜차이즈와 룬샷을 분리해서 다루기

책에서 가장 크게 남는 메시지는 프랜차이즈(기존 사업)와 룬샷(새로운 실험)을 섞어 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장 관점에서 보면 결국 “돈이 되느냐”가 기준이 되기 쉬운데, 이 기준을 그대로 신사업에 가져오면 대부분의 시도는 초기에 잘려 나갑니다.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회의 구조부터 분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외식 브랜드의 경우 다음과 같은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항목 기존 사업 회의(프랜차이즈) 신사업·실험 회의(룬샷)
주요 질문 이번 달 매출·이익, 원가율, 재방문율 무엇을 새로 배웠는지, 어떤 가설이 검증·폐기되었는지
의사결정 기준 수익성, 리스크 최소화 학습 속도, 실험 횟수, 고객 반응
평가 주기 월 단위·분기 단위 실험 단위(2주·4주 등)
사장이 분리해서 관리해야 할 두 종류의 회의

이렇게 나누고 나니, 기존 사업 회의에서는 숫자 중심으로 냉정하게 판단해도 되고, 신사업 회의에서는 “지금은 돈 이야기가 아니라 학습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라는 합의가 생겼습니다. 사장이 스스로 룰을 바꾸자, 직원들의 표정도 달라졌습니다.

같은 사람도 어떤 룰 안에 앉혀 놓느냐에 따라, 보수적인 관리자와 도전적인 실험가로 전혀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상황 2: 칭찬과 관심이 한쪽으로만 쏠릴 때 생기는 일

중소기업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매출을 바로 올려준 영업사원에게는 회식 자리에서 박수를 보내면서, 몇 달째 실험만 하고 있는 신사업 담당자는 “요즘 뭐 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는 상황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순간 회사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여기서는 당장 숫자를 가져오는 사람이 인정받는다”는 신호입니다. 한 IT 서비스 회사에서는 개발팀이 제안한 새로운 기능을 6개월 동안 준비했지만, 대표가 정기회의에서 그 성과를 언급하지 않자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습니다.

Loon Shots를 읽으며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대표의 칭찬·관심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향하고 있는가. 프랜차이즈만 칭찬하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안전한 일만 선택하게 됩니다. 반대로 룬샷만 띄우면 오늘 당장 돌아가야 하는 회사가 무너집니다. 결국 리더십의 핵심은 “두 쪽 모두를 인정하되, 기준을 다르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리더행동 2: 실패 리포트를 공식 의제로 올리기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실패를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실패를 숨기는 회사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회사는 그 실패를 자산으로 만듭니다. 한 제조업체에서 시도했던 방법이 인상 깊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전사 회의의 첫 20분을 ‘실패 리포트’ 시간으로 고정한 것입니다. 이 시간에는 숫자가 아니라, “이번 달에 시도했다가 접은 것들”을 팀별로 1개씩 공유합니다.

  • 실패 리포트에서 개인 이름 대신 프로젝트 코드명만 사용하기
  • 실패 원인보다 배운 점·적용 계획을 중심으로 발표하게 하기
  • 대표가 직접 “이 시도는 잘된 실패”라고 언급해주는 사례 만들기
  • 한 달에 한 번은 실패 리포트 중 가장 좋은 시도를 작은 상으로 격려하기

이런 구조를 만들고 나서야 직원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실제로 시도해봐도 되는구나”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Loon Shots가 말하는 혁신 리더십을 한국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번역하자면, 실패를 꾸짖지 않고 사용설명서를 붙여주는 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실패를 줄이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는 속도를 높이는 사람입니다.
 

변화사례: ‘실험 1개’에서 시작된 팀의 태도 변화

한 외식 브랜드와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는 Loon Shots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룬샷 슬롯”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모든 매장에 분기별로 최소 한 개의 실험을 등록하도록 한 것입니다. 실험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특정 시간대에만 제공하는 세트 구성, 신메뉴 맛보기 이벤트, 온라인 주문 동선 변경 등 매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험 유무가 각 매장의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3분기가 끝나갈 무렵, 처음에는 “바빠서 못 하겠다”고 하던 점장들도 한 번씩은 룬샷 슬롯을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실험은 효과가 없어 바로 접었고, 어떤 실험은 본사 전체로 확대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매장 관리자들이 회의에서 “이번 분기에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룬샷은 무엇일까”를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대표가 먼저 언어와 구조를 바꾸자, 조직의 대화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사장을 위한 체크리스트: 우리 회사의 룬샷 온도 점검

책을 덮으며 정리한 질문들을 체크리스트로 남겨 두고 있습니다. 사장 관점에서 회사를 돌아볼 때 아래 질문에 얼마나 “예”라고 답할 수 있는지가 룬샷의 온도를 보여 줍니다.

  • 기존 사업 회의와 실험·신사업 회의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가?
  • 신사업 회의에서 “이번 달 매출”보다 “이번 실험에서 배운 것”을 먼저 묻고 있는가?
  • 실패 리포트나 실험 공유 시간을 정기적인 공식 의제로 가지고 있는가?
  • 대표 본인이 최소 1~2개의 룬샷 프로젝트를 직접 후원하고 있는가?
  • 프랜차이즈 성과와 룬샷 성과를 칭찬할 때 사용하는 언어가 구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절반 이상 “아니오”라고 답했다면, 조직 안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조용히 아이디어를 접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Loon Shots는 그런 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우리 회사는 원래 이런 회사”라는 체념 대신, “내가 구조를 바꾸면 사람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교훈: 미친 아이디어를 버티게 해주는 사람

결국 이 책을 사장 관점에서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직접 최고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 들으면 이상해 보이는 아이디어가 최소한 한 번은 시험대에 오를 수 있게 버텨주는 사람입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현실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다 실행해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 아이디어도 시험해 보지 않는 회사가 가장 위험한 회사라는 점 또한 분명합니다.

회사 안의 룬샷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회의 구조와 평가 기준부터 점검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그 작은 설계 변경이 앞으로 3년 뒤, 회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회사만의 룬샷 구조를 만들고 싶다면, 조직 진단과 리더십 코칭을 함께 병행하는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안까지 설계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