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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창업·비즈니스모델(BM)

첫 흑자 달의 감정 기록|소상공인 사장마음은 이렇게 남습니다

그날은 늦가을 밤이었습니다. 매장 셔터를 내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유난히 손이 시렸습니다. “이번 달은… 어떨까” 하는 마음이 늘 그렇듯 머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차 안에서 잠깐 멈춰 통장 앱을 열었습니다. 숫자가 눈에 들어왔는데도 바로 믿기지 않아, 화면을 아래로 당겨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순간 기쁘기보다 숨이 먼저 풀렸다는 점입니다.

 

첫 흑자 달, 축하보다 먼저 찾아오는 ‘안도’

첫 흑자 달은 “돈을 벌었다”는 느낌보다 “이번 달은 넘어갔다”는 감정이 먼저 옵니다. 누가 보면 비슷해 보이겠지만, 당사자 마음은 꽤 다릅니다. 흑자라는 말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은 하루들이 쌓인 결과로 다가옵니다. 그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커다란 성장보다, 우선은 ‘정상 운영’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첫 흑자 달은 ‘기쁨의 달’이라기보다 ‘불안이 잠시 멎는 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자랑하지 못했습니다. 괜히 말하면 깨질 것 같았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이건 조용히 지나가야 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표님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축하받는 게 어색해서가 아니라, 다음 달이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흑자라는 숫자 뒤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 비용이 있습니다

흑자 달이 왔다고 해서 마음이 바로 편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질문들이 따라옵니다. “이게 진짜 실력이 맞나?” “다음 달에도 될까?” “이번 달은 우연이었나?” 이런 생각이 조용히 고개를 듭니다. 특히 매장이 작은 경우, 한두 건의 변수(비 오는 주말, 직원 공백, 원재료 단가 상승)로도 손익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흑자는 종종 자랑이 아니라 경계로 남습니다.

흑자는 끝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구간’의 시작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날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이번 달은 왜 흑자가 났지?” 이 질문에 대답을 못 하면, 다음 달에 다시 적자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이 질문에 답이 생기면 흑자는 ‘운’이 아니라 ‘구조’가 됩니다.

 

흑자 달을 ‘한 번’에서 ‘흐름’으로 바꾸는 기록법

1) 흑자 원인을 ‘매출’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흑자 달의 원인을 매출 상승만으로 정리하면 위험합니다. 매출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대신 비용 쪽에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발주가 덜 흔들렸거나, 폐기율이 줄었거나, 스케줄이 더 촘촘해졌거나. 작은 것 같지만 이런 변화가 흑자를 만듭니다. 저는 상담 현장에서 대표님과 함께 종종 이렇게 정리합니다. “이번 달 흑자는 매출 1개 + 비용 2개로 설명됩니다.”

흑자 원인 3가지를 적을 때, ‘비용’ 원인이 2개 들어가면 다음 달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2) 대표 인건비(대표의 시간)를 비용으로 가정해봅니다

대표님 인건비를 따로 안 가져가는 매장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상태의 흑자는 ‘진짜 흑자’가 아니라, 대표님 노동이 공짜로 들어간 결과일 수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한 번은 계산해봐야 합니다. “대표가 주 6일, 하루 10시간을 썼다면 그 시간의 값은 얼마인가.” 이 계산을 해도 흑자가 유지되면, 그 흑자는 꽤 믿을 만합니다.

 

3) 다음 달을 위한 ‘버팀목 숫자’를 하나만 정합니다

거창한 KPI가 아니라, 아주 작은 기준 하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일 매출이 얼마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발주를 줄인다” 같은 기준입니다. 혹은 “고정비를 커버하는 최소 매출(손익분기 매출)을 달력에 적어둔다”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흑자 달의 불안이 조금 덜합니다. 불안이 ‘감정’이 아니라 ‘대응’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기록 항목 그 달에 적는 내용 다음 달에 바로 쓰는 방식
흑자 원인 3가지 매출 요인 1개 + 비용 요인 2개 재현 가능한 행동만 남겨 반복합니다
불안했던 변수 2가지 날씨/인력/단가/클레임 등 변수별 ‘대응 문장’을 미리 만들어둡니다
가장 잘한 결정 1개 가격/메뉴/발주/스케줄 중 하나 다음 달에도 같은 결정을 다시 합니다
버팀목 숫자 1개 최소매출(또는 최소 객단가/최소 건수) 기준 미달 시 바로 줄일 비용을 정합니다
첫 흑자 달을 ‘흐름’으로 만드는 최소 기록 프레임
 

흑자 달의 마음을 지키는 작은 체크리스트

  • 이번 달 흑자 원인을 “운이 좋았다”로만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3가지 적습니다
  • 대표의 시간(대표 인건비)을 가정해도 흑자인지 한 번 계산해봅니다
  • 다음 달 매출이 10% 빠져도 버틸 수 있는지 고정비 기준으로 점검합니다
  • 잘 팔린 것 3개와 남지 않은 것 3개를 구분해 정리합니다
  • 흑자 달의 운영 루틴(발주/스케줄/점검)을 짧게 문장으로 남깁니다
 

첫 흑자 달을 맞이한 대표님들을 보면, 겉으로는 담담해 보이지만 속은 꽤 복잡합니다. 기쁘면서도 무섭고, 가벼우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그 감정을 아주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달의 감정과 숫자를 함께 기록해두면, 다음 달의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흑자가 ‘기적’이 아니라 ‘습관’으로 바뀌는 순간이, 결국 그 기록에서 시작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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