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U가 많아질수록 수익은 왜 얇아질까
어느 잡화 매장을 컨설팅하러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여름 끝자락, 아직도 선풍기·가습기·각종 생활용품이 가득 쌓여 있는 창고를 둘러보던 순간이 또렷합니다. 진열장은 꽉 찼는데, 사장님 말은 “이상하게 남는 돈이 없다”였습니다. 제품 종류(SKU)는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통장에는 돈이 쌓이지 않는 전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SKU가 많으면 고객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고 부담·복잡한 발주·느려지는 의사결정이라는 비용을 동시에 떠안게 됩니다. 결국 SKU 슬림화는 단순 정리 정돈이 아니라, 수익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더 팔까”보다 “무엇을 과감히 빼야 할까”를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1. SKU 슬림화의 출발점, 숫자로 보는 수익성
팔리는 것과 남는 것은 다르다
많이 나가는 상품이 꼭 많이 남는 상품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매장에서 “잘 나간다”는 말이 실제 수익 분석과 다를 때가 꽤 많다는 점입니다. 체감 매출과 실제 이익이 엇갈리는 순간, SKU 슬림화의 필요성이 드러납니다. 이때는 반드시 매출·매출총이익·재고 회전 세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 구분 | 슬림화 전 | 슬림화 후 |
|---|---|---|
| SKU 수 | 120종 | 70종 |
| 평균 매출총이익률 | 28% | 34% |
| 평균 재고 회전일수 | 65일 | 40일 |
| 폐기·할인 판매 비율 | 매출의 7% | 매출의 3% |
- 매출 상위 20% SKU의 이익률을 먼저 확인한다.
- 재고 회전이 느린 SKU와 이익률이 낮은 SKU를 구분해 본다.
- “매출 비중은 낮지만 이익 기여가 큰 SKU”를 따로 표시해 둔다.
2. 무엇부터 줄일 것인가: 좋은 SKU vs 나쁜 SKU
감이 아니라 기준으로 자르는 연습
어떤 프랜차이즈 카페 본사를 자문할 때, 메뉴 수가 40여 종이 넘었습니다. 매장에서는 “우리 고객은 선택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데이터는 달랐습니다. 매출의 70%가 상위 10개 메뉴에서 나오고 있었고, 나머지는 재고와 교육 비용만 키우는 구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날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사장님이 처음으로 메뉴판을 보며 “이제는 좀 비워야겠네요”라고 말해주던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 매출·이익 기여도가 낮고, 재고가 자주 묶이는 SKU
- 브랜드 포지션과 어울리지 않는, 애매한 콘셉트의 SKU
- 교육·운영 난이도만 높이고 차별성은 낮은 SKU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안 팔리는 상품’을 잘라내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브랜드 정체성·운영 난이도·공급 안정성까지 고려해 “남겨야 할 SKU”와 “정리해야 할 SKU”를 함께 정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줄여 놓고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3. SKU 슬림화 4단계 실행 시나리오
현장에서 바로 돌릴 수 있는 프로세스
실제 현장에서 사용했던 SKU 슬림화 프로세스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복잡한 이론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바로 써볼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1단계 – 진단: 최근 6~12개월 기준으로 SKU별 매출·이익·재고 회전 데이터를 정리한다.
- 2단계 – 분류: 상·중·하위 그룹으로 나누고, 전략 SKU·유지 SKU·정리 후보 SKU로 삼색 표시를 한다.
- 3단계 – 시뮬레이션: 정리 후보 SKU를 줄였을 때 매출·이익·재고에 미치는 영향을 가정해본다.
- 4단계 – 단계적 적용: 전면 폐기 대신, 우선 발주 중단 → 프로모션 종료 → 대체 상품 안내 순으로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어떤 상품에서 컴플레인이 적고, 어떤 상품은 포장·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잦은지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숫자와 현장의 감각을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4. SKU 슬림화 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수익성 지표
줄인 뒤에 ‘정답’을 확인하는 방법
SKU를 줄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줄이는 과정에서 전략 상품이 빠지거나, 고객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SKU를 제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3개월 정도는 아래 지표를 꾸준히 추적해야 합니다.
- 총매출과 매출총이익률 변화
- 재고 회전일수와 폐기·할인 판매 비중
- 객단가, 고객 재방문율, 구성 상품 변경 패턴
한 제조기업의 사례에서는 SKU 수를 30% 줄인 뒤 6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매출은 비슷했지만 매출총이익은 12%가량 개선됐습니다. 특히 저마진·저회전 상품을 줄이면서 작업 동선과 생산 스케줄이 단순해져, 인력 효율도 동시에 좋아졌습니다. 이런 효과까지 본다면 SKU 슬림화는 단순히 재고 관리가 아니라 원가·인건비·운영 복잡도를 함께 줄이는 전략이 됩니다.
결론|적게 팔아도 더 남는 구조로
SKU 슬림화는 “우리 제품이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싸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눈앞의 매출을 놓칠까 망설이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결국 사업은 얼마나 많이 남느냐의 싸움입니다. 상품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기여하는 상품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돌이켜보면, 창고를 함께 둘러보며 불 꺼진 구석에 쌓인 재고를 보던 그 사장님의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로 “이제는 채우는 경영이 아니라 비우는 경영을 해보자”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됐습니다. SKU 슬림화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경영자의 용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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