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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영 전략·리더십

정의·시장·능력주의|마이클 샌델 철학으로 점검하는 회사 공정성

회의실에서 다시 읽는 샌델, 왜 지금 경영에 도움이 되는가

어느 겨울 저녁, 인사평가 회의를 앞두고 한 대표와 같이 커피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성과급을 어떻게 나눌지, 누가 더 가져가야 공정한지 이야기를 하다가 책 얘기가 나왔습니다. “요즘은 뉴스보다 샌델 책을 다시 읽게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정치철학 책이 인사 테이블 위에 소환된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고, 어쩐지 우리 현실을 꽤 잘 말해주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샌델의 사상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축이 보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것’으로 옮겨가고, 결국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능력주의 비판으로 나아갑니다. 이 세 축을 경영의 언어로 옮기면, 정의는 평가, 시장의 한계는 보상과 돈의 문제, 능력주의는 조직문화와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바뀝니다.

샌델의 철학 흐름을 한 줄로 요약하면, “누가 무엇을 얼마나 가질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고, 경영에서는 곧 “누가 얼마나 가져가야 구성원이 납득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1. 샌델 사상의 세 단계, 사장이 보기 좋게 정리해 보면

강의실의 철학을 회의실의 언어로 옮기기 위해, 머릿속에서 이런 표를 그려보았습니다. 복잡한 이론 대신, 각 시기마다 경영자로서 가져갈 수 있는 시그널만 추려본 정리입니다.

사상 흐름 단계 핵심 질문 경영자의 번역
정의·공동체 논의 무엇이 옳은가, 어떤 공동선을 지향할 것인가 우리 회사가 진짜로 지키고 싶은 규칙과 기준은 무엇인가
시장과 돈의 한계 무엇이 돈으로 거래되어도 되는가 돈으로 인센티브를 주면 안 되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능력주의 비판·공정성 재고 성공은 누구의 공로인가, 실패는 누구의 책임인가 성과를 어떻게 나누어야 오만과 좌절을 줄이고 협업을 늘릴 수 있는가
샌델 주요 사상을 중소기업 경영자가 받아들일 때의 번역표

돌이켜보면 어느 기업이든 위 세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정의의 문제를 건너뛰면 평가 기준이 매번 흔들리고, 시장의 한계를 고민하지 않으면 돈이 조직의 언어를 집어삼킵니다. 능력주의를 성과주의로만 좁게 이해하면, 결국 “운이 좋았던 사람의 승리”를 시스템이 정당화해 버리는 위험도 생깁니다.

철학적 질문을 경영의 언어로 바꾸는 순간, 추상적인 개념들이 매우 구체적인 제도와 표정의 문제로 떨어집니다.
 

2. 정의·시장·능력주의를 경영전략 프레임으로 옮기기

실제 컨설팅 현장에서는 샌델의 사상을 세 가지 경영 질문으로 자주 바꾸어 사용합니다. “우리 회사의 정의는 무엇인가?”, “돈이 개입하면 안 되는 영역은 어디인가?”, “성과를 설명할 때 운과 구조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 이 세 가지 답에 따라 조직의 전략과 문화, 채용 방식까지 달라집니다.

1) 정의: 평가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어느 IT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실적이 정의 아닙니까?” 숫자를 중시하는 태도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 회사에서 일하던 한 팀장은 조용히 덧붙였습니다. “실적도 과정도 다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실제 평가표에는 실적밖에 없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말과 제도 사이의 틈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정의는 멋진 구호가 아니라, 연말 평가표에 무엇을 적어 넣는가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샌델이 말하는 정의 논쟁을 경영에 옮기면 결국 이런 질문이 됩니다. “우리 회사에서 진짜로 가치를 인정해주는 행동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답은 KPI, 평가 지표, 인사위원회 회의록 같은 곳에 조용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경영자가 할 일은 ‘정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가 실제로 반영된 평가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2) 시장: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성과급을 논의할 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돈이 들어가는 순간 관계의 결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고객과의 신뢰, 동료 간의 배려, 후배를 키우는 시간 같은 것들은 숫자로 완벽히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금액으로 환산하려다 보면, 결국 사람들은 “돈이 되는 행동”만 남기고 나머지는 서서히 접게 됩니다. 놀랍게도, 그 과정은 꽤 조용하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아예 “돈으로 보상하지 않을 가치 목록”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후배 교육, 지식 공유, 조직 문화 활동 등은 기본 기대 수준으로 간주하고, 별도 인센티브 대신 승진 평가에서 장기적으로 반영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처럼 보여도, 조직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돈으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돈으로 보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보다 위에 두겠다”는 선언일 때가 많습니다.

3) 능력주의: 성과주의 뒤에 숨은 운과 구조를 인정할 용기

“성과는 공정하게 나눴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찜찜함이 남을 때가 있습니다. 영업 실적은 좋았지만 좋은 고객 풀을 물려받은 덕이 컸던 직원, 반대로 어려운 지역·계정을 맡느라 성과가 낮게 나온 직원. 샌델은 능력주의의 오만을 지적하면서,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성과를 설명하려는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경영에서는 이 지점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KPI를 설계할 때,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운·환경의 영향이 큰 영역”을 구분해서 가중치를 다르게 두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성과를 나눌 때, 결과만이 아니라 출발선과 배경을 함께 보려는 대화를 꾸준히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샌델의 질문을 우리 회사 전략으로 바꾸는 세 가지 실천

이론은 멋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 회사에서 무엇을 바꾸느냐입니다. 그래서 몇몇 회사와 작업하면서 공통적으로 효과가 있었던 실천 과제를 세 가지로 추려 메모해두고 있습니다.

실천 체크리스트: 철학 → 제도 → 일상의 언어

  • 회사의 평가·보상 원칙을 한 페이지로 적어보고, 구성원에게 그대로 읽어줄 수 있는지 점검한다.
  • “돈으로 보상하지 않을 가치”를 3가지 정하고, 이를 어떻게 지킬지 제도 대신 관행·문화 차원에서 설계한다.
  • 성과 평가 회의 때, 숫자만이 아니라 출발선·환경 이야기를 최소 한 번 이상 꼭 나누는 규칙을 만든다.

이 과제를 실행한 한 제조업 대표는 몇 달 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전보다 회의가 길어졌는데, 이상하게 덜 싸웁니다.” 숫자를 정하는 시간은 비슷했지만, 그 숫자를 둘러싼 맥락을 같이 보려는 노력이 쌓이면서,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날 회의실 공기의 무게가 전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철학은 회사 벽에 걸린 문구가 아니라, 회의에서 어떤 말이 오가고 무엇을 먼저 챙기는지에 대한 ‘패턴’으로 드러납니다.

결국 샌델의 책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 회사의 공정성은 진짜 공정한가, 아니면 공정해 보이도록 포장된 성과주의인가.”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경영전략의 방향도 조금 달라집니다. KPI를 다시 보고, 보상 원칙을 다시 쓰고, 리더의 언어를 다시 손보게 됩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철학은 사 luxury가 아니라, 버티고 성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나침반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회사만의 공정성과 공동선을 전략으로 정리해 보고 싶다면, 한국경영컨설팅과 함께 차근차근 구조를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