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스크 매트릭스 작성, 감으로 버티던 위험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작업
중소기업 대표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리스크가 많은 건 알겠는데, 막상 뭐부터 챙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으로는 재고, 인력, 법규, 거래처, 자금까지 수십 가지 위험이 떠다니는데, 막상 정리해보면 항상 당장 눈앞의 일만 처리하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작은 사고 하나가 터지면 그제야 “아, 이걸 먼저 봤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따라옵니다.
어느 제조업 고객사는 주말에 작업장 천장에서 누수가 생기면서 생산 라인 일부가 멈췄습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월요일 아침 현장에서 들은 한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건 언젠가 한 번은 터질 줄 알았어요.” 이미 알고 있던 위험이었는데, 누구도 그것을 목록으로 적지 않았고, 위험도 점수도 매기지 않았고, 우선순위도 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이후 이 회사는 가장 먼저 리스크 매트릭스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왜 리스크 매트릭스가 필요한가: 감정이 아닌 구조로 위험을 다루기
리스크 관리를 이야기하면 많은 대표가 “알죠, 우리 회사도 리스크 많아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위험한 상위 5개 리스크가 무엇이고, 각각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리스크가 회사의 머릿속에는 있지만, 회사의 테이블 위에는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리스크를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리스크를 목록으로 가지고 있느냐가 회사의 내구성을 결정합니다.
리스크 매트릭스를 쓰면 좋은 점은 단순합니다. 각 위험을 ① 발생 가능성, ② 영향도라는 두 눈금으로 나누어 보고, 그 조합을 기준으로 “지금 당장 관리할 것”과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느낌과 주장 대신, 공통의 기준을 가지고 대화하게 됩니다.
리스크 매트릭스의 기본 구조 이해하기
리스크 매트릭스는 보통 가로·세로 4~5단계의 격자로 표현합니다. 한 축에는 발생 가능성(낮음~매우 높음), 다른 축에는 영향도(경미~치명) 등급을 두고, 각 리스크가 어느 칸에 위치하는지 표시합니다. 말로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그려보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 축부터 정의하기
먼저 숫자 1~5점 정도의 등급을 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 기준”을 명확히 해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향도 5점은 “발생 시 한 달 이상 정상 운영이 어렵고, 매출·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1점은 “일시적인 불편이나 추가 작업으로 해결 가능한 수준” 정도로 잡을 수 있습니다.
| 점수 | 발생 가능성 기준 (예시) | 영향도 기준 (예시) |
|---|---|---|
| 1점 | 5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 | 작업 지연 1일 이내, 비용 영향 미미 |
| 3점 | 1년에 한두 번 정도 발생 가능 | 한 주 이상 영향, 추가 비용·야근 등 부담 |
| 5점 | 언제든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 | 한 달 이상 정상 운영 곤란, 대외 신뢰도 하락 |
색깔로 직관을 더하는 고위험·중위험·저위험 구역
등급을 정했다면, 이제 매트릭스 위에 고위험(빨간 구역), 중위험(노란 구역), 저위험(초록 구역)을 나눠 표시합니다. 예를 들어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 둘 다 4점 이상이면 고위험, 둘 중 하나만 높고 다른 하나는 중간 정도면 중위험, 둘 다 낮으면 저위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색을 입혀두면 회의 시간에 말하지 않아도 “어디가 위험한지” 직관적으로 보입니다.
우리 회사 버전 리스크 매트릭스를 만드는 4단계
실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리스크 매트릭스 작성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나 엑셀 한 장만 준비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1단계: 리스크 목록 뽑기 – 있는 그대로 적어놓기
먼저 팀장·핵심 실무자들을 모아 “지금 회사에서 가장 걱정되는 위험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적어봅니다. 운영, 인사, 재무, 법무, 고객, IT 등 영역을 나눠도 좋습니다. 이때 “이건 말하면 혼날 것 같은데…” 하는 것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큰 사고는 종종 그런 리스크에서 나옵니다.
- 운영(생산·서비스) 리스크: 설비 고장, 품질 불량, 작업 안전 등
- 재무 리스크: 자금 경색, 매출채권 회수 지연, 환율·금리 변동 등
- 인사·조직 리스크: 핵심 인력 이탈, 조직 갈등, 교육 미흡 등
- 법무·규제 리스크: 인허가, 계약, 개인정보, 산업안전 규정 위반 등
- 대외 리스크: 주요 고객사 이탈, 평판 악화, 공급망 차질 등
2단계: 각 리스크에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 점수 매기기
리스크 목록이 모였다면, 각 항목에 대해 앞에서 정의한 기준에 따라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 점수를 매깁니다. 이때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팀이 간단히 의견을 나눈 뒤 점수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견이 갈리는 경우에는 중간값을 택하되,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은 메모로 남겨두면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습니다.
3단계: 매트릭스에 찍어보고 상위 리스크를 5개 안으로 압축
각 리스크에 점수가 부여되면, 이제 매트릭스 격자 위에 하나씩 위치를 찍어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오른쪽 위(발생 가능성과 영향도가 모두 높은 영역)에 몇 개의 리스크가 모이게 됩니다. 이 중에서 “지금 6개월 안에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고 느껴지는” 상위 3~5개 리스크를 골라내면 됩니다.
- 점수 기준뿐 아니라 “대표로서의 감각”도 참고해 최종 우선순위를 정한다.
- 상위 리스크는 반드시 명칭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예: “재고 리스크”가 아니라 “A제품 재고 과잉으로 인한 폐기 비용 증가”)
- 각 리스크 옆에 ‘누가 책임지고 볼 것인지’ 담당자를 함께 정해둔다.
4단계: 실행 계획과 모니터링 주기까지 함께 적어두기
마지막 단계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상위 리스크별로 최소한 아래 네 가지는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① 예방 조치, ② 발생 시 대응 방법, ③ 담당자, ④ 점검 주기입니다. 이 네 가지가 적혀 있어야 리스크 매트릭스가 그림이 아니라 운영 도구로 살아 움직입니다.
| 항목 | 질문 | 체크 |
|---|---|---|
| 리스크 정의 | 리스크가 구체적 상황·원인까지 드러나게 정의되어 있는가? | □ 예 □ 아니오 |
| 점수 기준 | 발생 가능성·영향도 점수 기준이 회사 안에서 공유·합의되었는가? | □ 예 □ 아니오 |
| 우선순위 | 상위 3~5개 리스크가 명확히 선정되어 있는가? | □ 예 □ 아니오 |
| 대응 계획 | 각 리스크별 예방·대응 조치와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가? | □ 예 □ 아니오 |
| 점검 주기 | 분기·반기 등 정기적으로 매트릭스를 다시 보는 주기가 정해져 있는가? | □ 예 □ 아니오 |
작성 후가 더 중요하다: 리스크 매트릭스를 회사의 언어로 만들기
어느 고객사에서는 리스크 매트릭스를 만든 뒤, 팀장 회의 첫 10분을 “리스크 점검 시간”으로 썼습니다. 상위 리스크 3~5개에 대해 “지난달과 비교해 점수가 달라졌는지”, “새로 떠오른 리스크는 없는지”를 짧게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예전에는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보고되던 일들이, “리스크 매트릭스에 올려야겠다”는 말과 함께 더 일찍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리스크 매트릭스가 특별한 기술이라서가 아니라, 회사 안에 위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공용 언어를 하나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위험하다”고 느끼는데 누구는 “괜찮다”고 느끼는 애매한 상황에서, 숫자와 등급이라는 공통 기준이 있으면 감정 대신 구조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게 조직의 체력을 천천히 끌어올립니다.
리스크는 없앨 수 없지만, 관리 방식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으로 버티는 위험관리에서 벗어나, 리스크 매트릭스를 통해 눈에 보이는 구조를 만드는 순간 회사의 의사결정은 한결 차분해집니다. 우리 회사만의 리스크 매트릭스를 설계하고, 실제 운영 체계까지 만들고 싶다면 함께 구조를 점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맞춤 리스크 매트릭스 설계와 운영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 한국경영컨설팅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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