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급·위수탁 시 반드시 짚어야 할 리스크 포인트
하도급이나 위수탁 구조를 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인건비와 고정비를 줄이고, 전문 업체를 활용해서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서로 잘 아는 사이니,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계약서 쓰자”라는 말 한마디로 시작해서 분쟁으로 끝나는 경우가 정말 자주 있습니다.
어느 날 오후, 한 제조업 대표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납품 물량을 하도급으로 넘겼다가 품질 문제가 터졌고, 원청 고객은 전량 재작업을 요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원사업자와 수급업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었고, 계약서에는 품질 책임에 대한 문장이 단 두 줄뿐이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애초에 구조를 설계할 때 조금만 더 시간을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1. 원사업자와 수급자의 시선 차이에서 시작되는 갈등
하도급·위수탁의 가장 큰 함정은 관계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원사업자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돈을 주고 맡겼으니 결과물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한다”, “우리 고객과의 납기·품질 문제까지 같이 고민해줄 거라고 믿는다.”
반대로 수급자는 종종 이렇게 느낍니다. “이 가격에 이 리스크까지 다 떠안으라는 건 불공정하다”, “원청이 고객 요구를 그대로 우리 쪽에 전가하고 있다.” 이 서로 다른 기대를 계약서와 운영 룰로 정리하지 않으면, 결국 감정싸움과 법적 분쟁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형님·동생으로 불리던 사이가, 나중에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연락하는 사이가 되는 이유입니다.
법과 계약을 모른다고 해서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준비하지 않은 쪽이 더 많이 잃게 될 뿐입니다.
2. 하도급·위수탁 리스크를 보는 기본 법적 프레임
모든 것을 법 조항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틀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보통 다음 네 가지 축에서 리스크가 생깁니다.
2-1. 공정거래·하도급 관련 법률 이슈
부당한 단가 인하, 발주 후 일방적 취소, 서면 미교부, 납품 거부 등은 공정거래·하도급 관련 법률에서 집중적으로 보는 영역입니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서는 “갑을 관계” 인식 때문에 감정이 앞서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서면과 절차 문제로 귀결됩니다.
2-2. 근로·노무, 지식재산, 손해배상 범위
위수탁인데 실질은 파견에 가까운 구조, 설계도면·레시피·공정조건·고객리스트 같은 노하우를 누구 것이냐로 다투는 구조, 하자·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 등도 모두 초기 설계 단계에서 방향을 잡아야 할 부분입니다.
3. 계약 단계에서 반드시 정리해야 할 다섯 가지
실무에서 보면, 하도급·위수탁 계약은 아래 다섯 가지만 제대로 정리해도 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3-1. 업무 범위와 결과물 정의
“대충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이 가장 위험합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사양과 기준으로, 어느 수준까지 책임지는지를 문서로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는 그렇게 들은 적 없다”라는 말이 반드시 나옵니다. 특히 서비스 위수탁(콜센터, 온라인 운영 대행, 배달·물류 등)은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KPI와 업무 범위를 더 치밀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3-2. 단가, 변경, 대금지급 조건
하도급·위수탁 분쟁의 절반 이상은 돈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기본 단가, 발주 최소·최대 수량, 추가 작업 시 단가 조정 방식, 대금 지급 기한(예: 검수일로부터 며칠 이내) 네 가지를 합의하지 않고 거래를 시작하면, 매달 정산할 때마다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3-3. 품질·하자·클레임 대응 방식
제조·건설뿐 아니라 IT 개발, 디자인, 온라인 운영 대행까지 하자와 클레임 문제는 빠지지 않습니다. 하자보수 기간, 무상·유상 보수 기준, 고객 클레임이 발생했을 때 누가 1차로 대응할지, 원사업자와 수급자가 어떤 메시지로 일관되게 대응할지를 정해두지 않으면, 고객 앞에서 서로 책임을 돌리게 됩니다. 그 순간 신뢰는 크게 무너집니다.
4. 실제 운영 단계에서 자주 터지는 위험 포인트
계약을 잘 써놓고도 운영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장면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4-1. “말로 한 약속”을 서면으로 남기지 않는 습관
추가 요청, 납기 변경, 사양 변경은 그때그때 서면으로 짧게라도 정리해야 합니다. 문자 한 줄이라도 남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흔적이 있어야 나중에 서로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 추가 요청·사양 변경 시, 담당자끼리 합의 내용을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남겼는가
- 납기 변경 요청 시, 기존 계약과 어떻게 조정되는지 문서로 정리했는가
- 클레임 발생 시, 원인·경과·조치 내역을 한 번이라도 문서로 정리해두었는가
4-2. 인력 운영과 노무 리스크
위수탁 구조에서는 사람 문제가 곧 법적 리스크로 이어집니다. 원사업자가 수급업체 직원을 직접 지휘·감독하고, 근태를 관리하고, 교육·평가까지 수행하면, 형식은 위수탁이지만 실질은 파견 또는 사용 종속 관계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 퇴직금, 4대보험, 산업재해 책임의 경계가 흐려지고, 분쟁이 터졌을 때 예상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5. 원사업자·수급자가 함께 점검해야 할 체크리스트
하도급·위수탁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원사업자와 수급자가 함께 지켜야 할 최소 원칙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점검 항목 | 원사업자 체크포인트 | 수급자 체크포인트 |
|---|---|---|
| 단가·조건 협의 | 논리와 데이터에 기반한 가격 협의, 일방적 인하 자제 |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은 초기에 정중하게 거절 |
| 서면 발주·변경 | 구두 발주 최소화, 발주서·이메일로 근거 남기기 | 작업 범위·변경 사항을 문서로 재확인 |
| 품질·클레임 대응 | 고객 앞에서 수급자와 공개적 책임공방 회피 | 사전에 합의한 역할 분담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 |
| 인력·노무 운영 | 수급업체 직원에 대한 직접 지휘·감독 최소화 | 자기 회사 인력에 대한 관리·교육 체계 명확화 |
| 기록과 리포트 | 분기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거래 관계 리뷰 | 작업 내역·이슈·개선 제안을 정리해 정기 공유 |
여러 기업의 분쟁 현장을 함께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 구조를 고치려 하면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처음 거래 구조를 짤 때, 그리고 관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 한 번쯤은 외부 시선으로 계약과 운영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조항 몇 줄, 짧은 회의 한 번이 몇 년 치 분쟁을 막아주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하도급·위수탁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하거나, 이미 진행 중인 거래 관계의 리스크를 점검해 보고 싶다면, 객관적인 기준으로 계약과 운영 프로세스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권합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황에 맞춘 하도급·위수탁 구조 설계와 리스크 점검을 통해 보다 안전한 거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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