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가 커질수록, 제품이 많아질수록 “대충 여기쯤”이라는 말이 비용으로 바뀝니다. 피킹이 늦어지고, 재고가 안 맞고, 분실이 늘고, 결국 대표가 마지막에 책임을 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창고가 작은 곳에서도 이런 문제가 꽤 자주 생긴다는 겁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번호체계가 ‘사람 머리’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초 겨울이었는데요. 오후 5시쯤 창고 바닥이 축축한 물류창에서, 직원 두 분이 같은 자재를 서로 다른 곳에서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거 A랙 3단이잖아요.” “저는 늘 B구역 끝에서 뺐는데요?” 그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둘 다 틀린 게 아니라, 기준이 없었던 것이더군요. 그날부터 저는 ‘번호체계 표준화’가 재고관리의 시작이라고 더 강하게 말하게 됐습니다.
창고번호체계 표준화가 만드는 3가지 변화
창고번호(로케이션 코드)는 라벨 작업이 아니라 운영 설계입니다. 표준화가 되면 눈에 띄게 바뀌는 건 딱 3가지입니다.
- 피킹시간 단축: 신입도 코드만 보면 방향이 잡힙니다(“누구한테 물어보면 되죠?”가 줄어듭니다).
- 재고정확도 상승: 위치가 명확하면 입고·이동·출고 기록이 일관됩니다.
- 분실/누락 감소: ‘임시 적치’가 줄고, 예외를 통제하기 쉬워집니다.
표준화의 핵심은 “주소 체계”입니다: 구역-통로-랙-단-칸
로케이션 코드는 결국 주소입니다. 대한민국 주소가 도/시/구/동/번지로 구성되듯, 창고 주소도 계층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무난하고 확장성 좋은 기본형은 아래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너무 짧으면 혼동되고, 너무 길면 현장이 싫어합니다. 저는 보통 10~16자 내외를 권합니다. 그리고 구분자(-)는 현장에서 읽기 편해서, 교육 비용을 줄여줍니다.
코드 규칙을 먼저 정해야 라벨이 안 망가집니다
라벨부터 붙였다가 다시 뜯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때마다 현장 분위기가 한 번 꺾입니다. 그래서 코드를 붙이기 전에 규칙 5가지를 먼저 확정합니다.
| 규칙 | 권장 기준 | 이유 | 현장 예외 처리 |
|---|---|---|---|
| 고정 길이 | 각 항목 2자리(01~99) 또는 3자리(001~999) | 정렬·검색·스캔에서 혼선이 줄어듭니다 | 확장 예정이면 처음부터 3자리로 갑니다 |
| 방향성 | 입구 기준 좌→우, 앞→뒤 등 한 방향 | “대충 반대쪽”이 사라집니다 | 현장 구조상 꺾이면 ‘지도’로 보완합니다 |
| 연속성 | 통로/랙 번호를 물리적 연속으로 부여 | 교육이 쉬워집니다 | 막힌 통로는 결번 유지(억지로 채우지 않습니다) |
| 중복 금지 | 동일 코드가 절대 재사용되지 않게 | 재고가 ‘미스터리’가 되는 원인 1순위입니다 | 폐기 위치도 별도 코드로 분리합니다 |
| 임시존 분리 | 임시 적치 구역(예: Z99) 별도 운영 | 예외를 ‘관리 가능한 예외’로 만듭니다 | 임시존은 24~72시간 룰을 둡니다 |
현장 적용 절차: “그림-코드-라벨-데이터” 순서로 갑니다
표준화는 회의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창고 바닥에 내려가서 끝납니다. 저는 아래 순서로 진행합니다. 이 순서를 바꾸면 보통 중간에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1) 창고를 ‘구역(Zone)’으로 먼저 나눕니다
구역은 현장 언어로 정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Z01 원자재 Z02 반제품 Z03 완제품 Z04 포장자재 Z05 출고대기 Z99 임시적치
2) 통로(Aisle)와 랙(Rack)을 ‘눈에 보이는 기준’으로 부여합니다
통로 번호는 입구에서부터, 랙 번호는 통로 안에서부터. 이렇게 단순해야 현장이 편합니다. 돌이켜보면 현장에서는 “논리”보다 “눈”이 더 정확할 때가 많습니다.
WMS가 없어도 됩니다: 엑셀·구글시트로도 80%는 잡힙니다
“WMS 도입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있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번호체계가 없으면 WMS도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번호체계가 잡히면 엑셀로도 운영이 됩니다.
| 운영 수준 | 도구 | 가능한 범위 | 주의 |
|---|---|---|---|
| 기본 | 엑셀/구글시트 | 로케이션 마스터, 입출고 기록, 이동 기록 | 권한/수정 이력 관리 필요 |
| 중간 | 바코드 프린터 + 스캐너 | 스캔 기반 입고·피킹·이동 | 라벨 품질과 부착 위치가 핵심 |
| 고도화 | WMS/ERP 연동 | 로트/유통기한/자동 피킹경로 | 마스터데이터 정합성 없으면 실패합니다 |
실무에서 꼭 터지는 문제 4가지와 예방 장치
“번호는 붙였는데, 다들 예전대로 찾습니다. 그럼 표준화는 아직 시작도 안 된 겁니다.”
- 임시 적치가 상시화: Z99(임시존) 체류시간 룰(예: 48시간)과 매일 정리 담당을 지정합니다.
- 이동 기록 누락: “이동은 출고보다 더 중요하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동도 반드시 스캔/기록합니다.
- 라벨 훼손: 바닥 라벨은 보호필름, 랙 라벨은 눈높이(가슴~눈 사이) 부착을 권합니다.
- 코드 중복 생성: 신규 랙/선반 추가 시 ‘코드 발급 담당(1명)’을 정해 통제합니다.
10분 체크리스트: 표준화가 ‘정착’했는지 확인하는 질문
- 신입이 “어디예요?”를 묻기 전에 코드로 먼저 찾습니까
- 입고 후 ‘임시 적치’ 비율이 줄고 있습니까
- 재고조사에서 위치 불명(Unknown Location) 건수가 감소했습니까
- 피킹 오류(오피킹) 원인이 ‘사람’이 아니라 ‘코드/라벨’인지 구분됩니까
- 신규 랙 추가 시 코드가 일관되게 발급되고 있습니까
- 엑셀/WMS 마스터데이터와 현장 라벨이 1:1로 일치합니까
마무리: 창고번호는 ‘사람을 덜 힘들게 하는 장치’입니다
창고 표준화를 하면, 가장 먼저 편해지는 건 대표가 아니라 현장입니다. 찾는 시간이 줄고, 서로 탓하는 말이 줄고, “그거 원래 여기 있었잖아요” 같은 싸움도 조용해집니다. 나도 여러 현장을 다녀보면서 느꼈습니다. 창고가 정리되면 회사가 정리됩니다. 조금 과장 같아도, 실제로 그런 흐름이 생깁니다. 이번 달에는 큰 변화 말고, 구역(Z)부터라도 정해서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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