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주나 협력업체를 쓰다 보면, 일은 빠르게 진행되는데 마음이 계속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말은 했는데… 문서가 없네” 같은 순간이요. 몇 달 전 저녁 무렵,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대표님과 계약서를 펼쳐놓고 앉아 있었는데요. 표지는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본문을 읽을수록 이상했습니다. 납품 기준도 없고, 검수도 없고, 변경 요청은 ‘상호 협의’ 한 줄이 끝이었습니다. 그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분쟁이 나면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지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외주 분쟁은 “실력”이 아니라 “기준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외주 분쟁의 시작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상태로, 누구 기준으로가 계약서에 없을 때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번집니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요?” “아니요, 우리 기준은 그게 아닌데요.” 그런데 이상한 건… 둘 다 악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기준이 없으니 감정이 기준이 되고, 결국 비용이 터집니다.
반드시 넣어야 할 핵심 조항 8가지
“기준 없는 외주는 결국 비용이 아니라 관계를 먼저 무너뜨립니다.”
1) 업무범위(SOW)·산출물 정의 조항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범위의 울타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능/업무를 문장으로만 쓰면 해석이 갈립니다. 산출물 목록, 제외 범위, 제공 자료(원사업자 제공물)까지 같이 적어야 합니다.
2) 일정·마일스톤·지연 대응(지연손해/재작업) 조항
“최대한 빨리”는 계약서에서 가장 위험한 표현입니다. 중간 납품(마일스톤)과 지연 시 조치(추가 투입, 일정 재협의, 책임 범위)를 미리 박아두는 게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3) 검수·인수 기준(합격/불합격)과 재검수 절차
검수는 ‘완료 확인’이 아니라 ‘분쟁 예방 장치’입니다. 검수 기간(예: 납품 후 영업일 N일), 불합격 사유, 보완 기한, 재검수 횟수를 계약서에 넣어두면 말이 줄어듭니다.
4) 대금·지급기일·지연이자·정산 자료 조항
외주 대금 분쟁은 생각보다 자주 생깁니다. 지급기일과 지급 조건(검수 완료, 세금계산서, 산출물 인도 등)을 명확히 두고, 지연 시 이자/손해 처리 기준도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하도급 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면 서면 발급·기재사항·대금 지급 등 법에서 요구하는 틀을 의식해야 합니다.
5) 변경요청(체인지오더)·추가비용 산정 조항
실무에서 가장 많이 터지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이거 추가로 좀…”이 쌓이다 보면 결국 양쪽이 억울해집니다. 변경 요청은 서면(전자 포함)으로 남기고, 추가 견적 산식(시간×단가, 항목별 단가표 등)과 승인 절차를 넣어야 합니다.
6) 지식재산권(IP)·성과물 소유·라이선스 조항
성과물이 누구 소유인지, 원본 파일/소스/설계 문서 인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제3자 자료를 쓰면 책임은 누가 지는지(저작권/라이선스)까지 정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관행’에 맡기면 꼭 한 번은 문제가 납니다.
7) 비밀유지(NDA)·영업비밀·자료반환/파기 조항
협력업체에 넘기는 자료에는 고객명단, 단가, 공정, 매뉴얼이 섞여 있습니다. 계약 종료 후 자료 반환/파기, 접근권한 회수, 유출 시 손해배상(또는 위약벌) 기준을 두는 게 안전합니다. 영업비밀은 ‘비밀로 관리’가 핵심이라, 계약서에 관리 의무를 구체적으로 써두면 실무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계약서에 “문장”으로 박아야 하는 것
| 구분 | 반드시 들어갈 문장 요소 | 현장에서 자주 놓치는 포인트 |
|---|---|---|
| 범위 | 산출물 목록, 제외 범위, 제공 자료 | “포함/제외”를 명시하지 않아 범위가 계속 넓어짐 |
| 검수 | 검수 기간, 불합격 사유, 보완/재검수 절차 | 검수 기준이 없어 ‘감정’이 기준이 됨 |
| 대금 | 지급기일, 지급 조건, 지연 시 처리 | “검수 완료 후 지급”만 있고 세부 조건이 비어있음 |
| 변경 | 변경요청 서면화, 추가비용 산정, 승인권자 | 구두로 누적된 요청이 나중에 한 번에 폭발 |
| 보안/IP | 성과물 소유, 사용권, 자료반환/파기, 접근권한 회수 | 계약 종료 후에도 파일이 상대 PC에 남아있음 |
| 해지/분쟁 | 해지 사유, 시정 요구 기간, 분쟁 해결(중재/소송) 기준 | 해지 조항이 약해 ‘정리’가 아니라 ‘싸움’이 됨 |
전자계약·서명도 “서면”으로 인정되는지 꼭 확인합니다
요즘은 전자계약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전자라서 불안”이 아니라, 누가 서명했고 언제 전달·수신됐는지가 남느냐입니다. 전자서명과 전자문서의 효력은 법에서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내부적으로는 저장/권한/원본성(로그)을 관리하는 방식까지 함께 맞춰두는 것이 좋습니다.
- 서명자 본인확인 방식(인증/이메일/휴대폰 등)이 남는지 확인합니다
- 최종본이 한 파일로 고정되고, 버전이력(변경 전/후)이 남는지 점검합니다
- 계약 종료 후에도 원본과 첨부파일을 보관할 위치/기간을 정합니다
외주를 잘 쓰는 회사는 ‘협력업체를 못 믿어서’ 계약서를 촘촘히 쓰지 않습니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믿음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순간이 꼭 옵니다. 그리고 그때 계약서가 기준이 되어 줍니다. 저는 계약서를 볼 때, 상대를 의심하는 문장보다 “서로가 덜 피곤해지는 문장”이 들어있는지부터 봅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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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https://www.law.go.kr/lsInfoP.do?ancYnChk=0&lsId=001590
- 공정거래위원회: 표준하도급계약서 자료 https://www.ftc.go.kr/www/selectBbsNttList.do?bordCd=202&key=203
- 국가법령정보센터: 전자서명법 제3조(전자서명의 효력)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236201
- 국가법령정보센터: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전자문서의 효력) https://www.law.go.kr/LSW/lsLinkCommonInfo.do?ancYnChk=&chrClsCd=010202&lsJoLnkSeq=1007934995
- 국가법령정보센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영업비밀 정의) https://www.law.go.kr/LSW//lsLawLinkInfo.do?chrClsCd=010202&lsId=000308&lsJoLnkSeq=900576045&print=print
- 대한상사중재원(KCAB): 중재조항 안내 https://kcab.or.kr/data/guide_line2.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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