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서 한 장이 사업을 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조용히 갉아먹기도 합니다. 특히 하도급과 위수탁은 “비슷해 보이는데 결과가 완전히 다른” 대표적인 구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초반에 질문을 하나 더 합니다. “이 거래, 이름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나요?”
얼마 전엔 늦은 오후, 회의실에서 계약서를 펼쳤는데요. ‘위수탁’이라고 적혀 있는데 업무 지시 방식이 거의 ‘하도급’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계약서엔 대금지급 기준도, 검수 기준도 애매했고, 책임은 한쪽으로 몰려 있더군요. 그 순간 잠시 멈칫했습니다. 이건 나중에 분쟁 나면 누가 봐도 불리한 형태였거든요.
계약의 제목(“위수탁”, “협력”, “외주”)은 안전장치가 아닙니다. 실제 거래 구조가 법의 적용을 결정하고, 그 순간 책임과 비용이 바뀝니다.
1) 먼저 구분부터: 하도급인지, 위수탁인지, 대리점인지
하도급은 “원사업자가 맡은 일을 일부를 수급사업자에게 맡기는 구조”로 흘러가고, 위수탁은 “업무(판매·물류·운영 등)를 맡겨 처리하게 하는 구조”로 표현되곤 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선 섞입니다. 그래서 저는 통제(지시) 수준과 대가(대금) 산정 방식, 성과 책임의 귀속을 봅니다.
| 구분 | 하도급에 가까운 신호 | 위수탁에 가까운 신호 | 대리점(유사)로 번질 신호 |
|---|---|---|---|
| 업무 통제 | 공정/방법/인력까지 구체 지시, 결과물 기준으로 평가 | 목표만 제시하고 수행 방식은 수탁자 재량이 큼 | 판매/영업 활동을 특정 방식으로 강제, 가격·프로모션까지 통제 |
| 대가 구조 | 단가·수량·기성 기준, 검수 후 지급 | 수수료/정액 위탁비/성과 인센티브 혼합 | 공급가·리베이트·장려금·판매수수료가 복잡하게 얽힘 |
| 재위탁 | 원칙상 제한/승인 필요(품질·보안 이슈 큼) | 업무 특성상 재위탁이 자연스럽게 발생(물류, 콜센터 등) | 하위 판매점/총판 구조가 생기면 규율이 더 강해짐 |
| 리스크 포인트 | 서면교부/대금지급/부당특약·감액 | 성과 정의·책임 범위·개인정보·노무 이슈 | 대리점법(보복조치, 계약서 교부, 불이익 제공 등) 리스크 |
2) 하도급에서 자주 터지는 5가지: 서면·대금·검수·감액·특약
2-1. 서면이 늦으면, 대부분 그때부터 꼬입니다
현장에선 “일단 시작하고 계약서는 나중에”가 흔합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날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분쟁이 나는 거래는 대부분 서면이 늦었던 거래였습니다. 일정이 급할수록, 서면은 더 빨리 고정해야 합니다. 업무 범위(스코프), 단가, 납기, 검수 기준, 변경 절차가 없으면 그 다음부터는 ‘말’이 증거가 됩니다.
- 업무 범위를 “포함/제외”로 나누어 문장화했는가
- 변경 요청이 생길 때 단가·납기·책임이 자동 조정되도록 규정했는가
- 검수 기준을 ‘합격/불합격’이 아니라 ‘수정 기회·기한’까지 포함했는가
2-2. 대금 지급과 지연이자: 늦게 받는 순간 비용이 됩니다
대금지급 조항은 단순히 “언제 주겠다”가 아닙니다. 현금흐름의 생사 문제입니다. 하도급 구조에서는 법상 지급기한, 지연이자, 감액 금지 같은 포인트가 분쟁의 중심이 됩니다. 실무에선 특히 검수 지연을 이유로 지급이 미뤄지는 구조가 많습니다. 검수 프로세스와 지급기일을 분리해두지 않으면, 지급기일이 ‘무기한’이 됩니다.
- 검수 기한(예: 납품 후 7영업일)을 명시했는가
- 검수 결과 통보가 없으면 자동 합격(또는 조건부 합격)으로 처리되는가
- 대금 산정의 기준 문서(단가표/견적서/산출내역서)가 계약서에 첨부되어 있는가
3) 위수탁에서 더 위험한 것: 책임의 구멍과 ‘재위탁’의 블랙박스
위수탁은 업무를 맡기는 만큼, 책임이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물류·CS·판매대행·운영대행은 재위탁이 자주 생기고, 그 순간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계약서에 재위탁 통제를 설계하지 않으면, 문제는 ‘우리 회사 이름’으로 돌아옵니다. 이상하게 억울한 상황이 생기죠.
3-1. 재위탁 승인 조항이 없으면,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저는 위수탁 계약을 볼 때 “재위탁 가능/불가”만 보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조건이 무엇인지를 봅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가 오가는 업무인데 재위탁 제한이 없으면, 사고가 났을 때 원청이 설명해야 할 범위가 커집니다.
- 재위탁은 사전 서면 승인 대상인가
- 재위탁 업체의 자격(보안·보험·인력·장비)을 요구하는가
- 재위탁이 발생해도 최종 책임은 수탁자가 진다는 문장이 명확한가
3-2. 손해배상: ‘무제한’ ‘전액’ ‘일체’ 같은 단어가 보이면 멈추셔야 합니다
위수탁 계약서에서 가장 무서운 건 손해배상 범위가 뭉뚱그려진 조항입니다.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전액 배상한다” 같은 문장은 보기엔 단호하지만, 나중엔 보험도 못 막는 리스크가 됩니다. 책임 범위를 직접손해/간접손해, 고의·중과실, 상한(캡)으로 나눠야 현실이 됩니다.
4) 체크리스트 표: 계약서에 반드시 박아야 할 조항 12개
| 항목 | 권장 문장/설계 방향 | 빠지면 생기는 대표 문제 |
|---|---|---|
| 업무 범위(스코프) | 포함/제외, 산출물, 품질 기준을 첨부 문서로 고정 | 추가 업무 무상 요구, 책임 전가 |
| 변경관리 | 변경요청→견적/납기/책임 재합의→서면 반영 | 일정 지연, 비용 미정산 |
| 검수 | 검수 기한, 수정 횟수·기한, 미통보 시 처리 규칙 | 대금 지급 지연의 빌미 |
| 대금·지급기일 | 기성/납품/월정산 기준, 지급일을 달력 날짜로 명시 | 현금흐름 악화, 지연이자 다툼 |
| 비용 정산 | 실비 범위, 증빙, 사전 승인 요건을 규정 | 예상 밖 비용 폭탄 |
| 재위탁 | 사전 서면 승인 + 자격 요건 + 최종 책임 귀속 | 사고 발생 시 책임 공중분해 |
| 개인정보·보안 | 처리 목적·범위, 접근권한, 사고 통지, 파기 의무 | 과징금·평판 리스크 |
| 지식재산권(IP) | 산출물 소유권/사용권, 소스·원본 제공 범위 명시 | 납품 후 사용 분쟁, 재사용 금지 분쟁 |
| 하자·A/S | 하자 정의, 무상 범위, 유상 전환 기준 | 무한 A/S 요구 |
| 손해배상 | 고의·중과실, 직접손해 중심, 상한(캡) 설정 | 무제한 배상, 보험 불가 |
| 해지·종료 | 해지 사유, 시정기간, 종료 시 정산·인수인계 | 갑작스런 중단, 미정산 |
| 분쟁 해결 | 관할법원, 협의 기간, 증거(회의록/이메일) 인정 | 싸움이 길어지고 비용이 커짐 |
5) 마지막 함정: “대리점”처럼 운영하면 대리점법 이슈가 따라옵니다
위수탁·판매대행 계약에서 흔히 놓치는 게 있습니다. 실제로는 특정 지역/채널에서 판매를 맡기고, 가격·프로모션·물량을 강하게 통제하는데도 계약서엔 “업무위탁”이라고만 적어두는 경우입니다. 이 구조는 상황에 따라 대리점 거래로 평가될 소지가 있고, 계약서 교부·보복조치 금지 같은 규율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선 “관계가 좋을 때는 괜찮다”라고 말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그 문장이 가장 위험해집니다.
관계가 좋을 때 만든 계약서는 ‘착한 사람 가정’으로 쓰여 있습니다. 계약은 관계가 나빠졌을 때를 대비해 써야 합니다.
6) 결론: 계약은 ‘법률 문서’이기 전에 ‘현장 운영 매뉴얼’입니다
하도급이든 위수탁이든, 계약서의 목적은 서로를 몰아붙이는 게 아닙니다. 현장을 운영할 때 애매함을 없애고, 돈과 책임이 흐르는 길을 정리하는 겁니다. 저는 계약서를 볼 때, 문장 하나가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만들지까지 상상해봅니다. 가끔은 그 상상이 너무 선명해서… 손에 땀이 날 때도 있습니다.
지금 계약서를 앞두고 계시다면, 오늘은 딱 한 가지만 하셔도 됩니다. 검수 기준과 지급기일을 분리해서, 종이에 먼저 적어보세요. 그 한 줄이, 생각보다 많은 분쟁을 막습니다.
하도급·위수탁 계약 검토와 구조 점검이 필요하다면 한국경영컨설팅으로 문의하세요.
'5. 운영관리·시스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환불·취소 정책 법적기준|분쟁 줄이는 사장 실무 체크리스트 (1) | 2026.01.19 |
|---|---|
| Inspired 핵심 인사이트: 중소기업 제품이 팔리는 팀의 방식 (0) | 2026.01.17 |
| 근로계약·취업규칙 핵심 문구, 분쟁을 줄이는 HR 실무 (0) | 2026.01.14 |
| 공급업체 평가지표와 가점제, 운영관리의 기준 만들기 (1) | 2026.01.14 |
| POS·주문데이터로 병목 찾는 법|매장 운영이 달라집니다 (0) | 202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