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결산은 “숫자 정리”가 아니라 “원인 정리”입니다
12월 말이 되면 대표님들 책상 위에 서류가 늘어납니다. 거래처 정산표, 미결 건, 인건비 자료, 카드 매입 내역… 딱 봐도 숨이 차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올해 매출이 얼마였지?”가 아닙니다. 왜 그렇게 나왔는지입니다.
얼마 전에도 연말에 한 대표님을 뵀습니다. 저녁 8시가 넘은 사무실이었고, 형광등 아래에서 통장 거래내역을 한 장씩 넘기시더군요. “매출은 늘었는데 돈이 없어요.” 그 말이 나오자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매출이 성장인데, 현금이 없다는 건 구조가 어딘가 새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2025년을 마감하며 기업이 반드시 돌아봐야 할 5가지
연말 결산 체크는 크게 다섯 축으로 잡으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한 번에 다 하려고 하면 지칩니다. 대신 “핵심→증거→결정” 순서로만 보시면 됩니다.
1) 손익(P/L): 무엇이 돈을 벌었고, 무엇이 새고 있었나
매출이 아니라 매출총이익(매출-원가)부터 보셔야 합니다. 이익이 나는 제품/서비스가 무엇인지, 반대로 팔수록 힘든 품목이 무엇인지요. 특히 2025년에 할인·프로모션이 많았다면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줄어드는” 현상이 쉽게 발생합니다.
- 상위 20% 제품/서비스가 총이익의 몇 %를 만들었는지 확인합니다.
- 할인·리베이트·수수료가 실제로 원가처럼 작동했는지 점검합니다.
- 고정비(임대료·인건비·리스)가 매출 변동을 얼마나 버티는지 봅니다.
2) 현금(Cash): 흑자인데도 왜 통장이 비는가
연말에 “흑자인데 통장에 돈이 없다”는 말이 나오면, 대부분은 외상(매출채권)이나 재고 또는 차입금 상환에서 원인이 나옵니다. 숫자가 아니라 흐름을 보셔야 합니다. 돈은 이익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회수와 지급 타이밍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 매출채권 회수기간(DSO)이 2024 대비 늘었는지 확인합니다.
- 재고 회전이 느려졌다면 “팔릴 것”이 아니라 “현금화될 것”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 차입금 상환 스케줄이 2026년 1~3월에 몰려 있지 않은지 점검합니다.
3) 고객(Customer): 매출을 만든 고객이 내년에도 남아 있을까
연말에는 고객을 “좋은 고객/힘든 고객”으로 감으로 분류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경영은 감이 아니라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가장 단순한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재구매(지속), 마진(수익), 관리비용(피로도). 이 셋이 맞물려야 좋은 고객입니다.
- 상위 고객 10곳(또는 20명)이 매출의 몇 %인지 확인합니다.
- 클레임·반품·요구사항이 많은 고객이 실제 이익을 갉아먹는지 계산합니다.
- 소개(추천)로 들어온 고객 비중을 체크합니다.
4) 조직(Team): 성과가 개인 역량에만 기대고 있지 않은가
연말에 실적이 나왔는데 “그 사람이 없으면 끝”이라면 위험합니다. 내년 성장의 상한선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업무는 사람에게 붙어 있는 게 아니라, 프로세스와 기준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 핵심 업무 3개를 뽑아 “담당자 변경 시 1주 내 인수인계 가능” 수준인지 점검합니다.
- 가격·견적·납기·클레임 대응에 ‘회사 기준’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주간 회의가 “보고”로 끝나지 않고 “결정”으로 끝나는지 점검합니다.
5) 리스크(Risk): 내년에 터지면 큰 문제 되는 3가지는 무엇인가
연말에 리스크를 미루면, 새해에는 리스크가 일정을 결정합니다.
리스크는 공포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입니다. 다만 미리 적어두지 않으면 늘 뒤늦게 맞습니다. 대표님 사업에 따라 항목은 다르지만, 보통은 “자금/법무/품질(서비스)”에서 큰 사고가 나옵니다.
- 현금이 2~3개월 버티는지, 최악의 달을 가정해 테스트합니다.
- 계약서·약관·환불·개인정보 등 기본 문서가 최신 상태인지 점검합니다.
- 납기 지연·품질 이슈가 반복되는 원인이 공급망인지 내부 공정인지 구분합니다.
새해(2026)를 준비하는 기업성장전략: “크게”가 아니라 “명확하게”입니다
새해 전략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목표를 크게 잡는 것입니다. 물론 목표는 커도 됩니다. 문제는 경로가 불명확한 목표입니다. 성장은 크게 세 방향 중 하나로 발생합니다. “더 많이 팔기”, “더 비싸게 팔기”, “더 적게 새기(비용·시간·실수)”. 세 방향을 동시에 잡으면 흔들립니다. 올해는 1~2개로 제한하는 편이 좋습니다.
2026 성장전략 로드맵: 90일 단위로 쪼개야 현실이 됩니다
1년 계획은 멋있지만, 실행은 90일 단위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 계획을 1년으로 쓰되, 실제 운영은 1분기(1~3월)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방식을 권합니다. “1분기에 성과가 보이면” 2분기부터 조직이 스스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1분기가 흔들리면 연말까지 계속 끌려갑니다.
| 영역 | 2025 회고 질문 | 2026 우선 전략(레버) | 90일 실행 과제 |
|---|---|---|---|
| 영업/마케팅 | 어떤 채널이 ‘수익’으로 연결됐나 | 핵심 채널 1개 집중 + 소개 구조 강화 | 대표 상품 1개를 기준으로 제안서/페이지/스크립트 통일 |
| 가격/수익성 | 할인 없이도 팔리는 가치가 있었나 | 가격 체계 재정의 + 패키지화 | 저마진 품목 정리, 핵심 서비스 3단 가격표 확정 |
| 현금/자금 | 돈이 새는 지점이 어디였나 | 회수기간 단축 + 지급조건 재협상 | 거래처별 회수 룰, 미수금 알림/관리 표준 만들기 |
| 운영/품질 | 반복되는 클레임 원인은 무엇인가 | 표준화 + 체크리스트 운영 | 납기/품질/응대 체크리스트 1장으로 통합 |
| 조직/리더십 | 성과가 특정 개인에게 몰렸나 | 핵심 프로세스 3개 매뉴얼화 | 주간회의를 ‘결정회의’로 바꾸고 책임자/기한을 고정 |
내년에 반드시 추적해야 할 KPI 3개
지표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닙니다. 대표님이 매주 볼 수 있는 지표 3개면 충분합니다. 아래 KPI는 업종이 달라도 적용하기 쉬워서, 새해 초에 특히 추천드립니다.
- 매출총이익률(GPM): 매출이 늘어도 남는 돈이 늘어나는지 확인합니다.
- 현금전환기간(CCC): 재고·매출채권·매입채무의 합으로 “통장이 왜 비는지”를 잡아냅니다.
- 재구매/재계약률: 새 고객보다 강력한 성장동력은 “다시 사는 고객”입니다.
연말·연초에 바로 쓰는 실행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연말 마감과 새해 준비를 “실행”으로 연결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남깁니다.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마시고, 체크된 항목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회사는 달라집니다.
- 2025년 제품/서비스별 매출총이익(원가 포함)을 1장으로 정리합니다.
- 미수금·미지급금·재고를 “현금화 우선순위”로 재배치합니다.
- 상위 고객군 10개를 뽑고, 유지 전략(혜택/계약/응대 기준)을 정합니다.
- 2026년 성장 레버를 2개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류합니다.
- 1분기 90일 계획을 만들고, 주간 단위 점검표를 고정합니다.
- 대표 KPI 3개를 정해 매주 같은 시간에 확인하는 루틴을 만듭니다.
결론: 새해는 “새 마음”이 아니라 “새 기준”으로 시작됩니다
연말에는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올해가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버텼다는 안도감도 들지요. 하지만 회사는 마음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기준이 생기면 성장합니다. 어떤 고객을 잡을지, 어떤 일을 줄일지, 어떤 숫자를 매주 볼지. 그 기준이 대표님의 머릿속이 아니라 회사의 문서와 루틴으로 내려오는 순간, 내년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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