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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케팅·브랜딩 전략

상권이 아닌 고객을 선택한 가게, 오래 버티는 집의 비밀

어느 겨울 아침, 상권 점검을 위해 골목길을 걷다가 2층 작은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주변은 프랜차이즈 카페와 베이커리가 빽빽했는데, 그 가게만 유난히 불이 밝았습니다. 오전 8시도 안 된 시간인데 벌써 자리가 절반 이상 차 있었고, 모두 노트북을 펴거나 서류를 펼쳐놓은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그 순간 하나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집은 상권을 고른 게 아니라, 고객을 먼저 선택했구나.”

 

상권을 먼저 보는 가게와 고객을 먼저 보는 가게

대부분의 상권 상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 상권 유동인구가 얼마냐, 경쟁 매장이 몇 개냐, 아파트 몇 세대냐.” 물론 필요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똑같이 ‘좋은 상권’ 안에 들어가도 어떤 가게는 살아남고, 어떤 가게는 1~2년 안에 사라집니다. 상권만 보고 들어간 가게와, 상권 안에서 특정 고객을 먼저 고른 가게의 차이입니다.

상권은 지도 위의 개념이고, 매출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이 가게를 선택한 구체적인 사람들”입니다.

좋은 상권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 상권 안에서, 나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이 빠지면, 간판과 인테리어는 번듯한데 누구를 위한 가게인지 애매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상권이 아닌 고객을 선택한 한 가게의 이야기

아침 7시 30분, 문을 여는 2층 카페

앞서 이야기한 그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영업시간을 물으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희는 아침 7시 30분에 문 열고, 밤 9시에 닫습니다. 점심·저녁보다는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가 제일 중요해요.” 알고 보니 이 카페는 상권이 아니라 “출근 전에 잠깐 멈춰서 정리하고 가고 싶은 직장인”을 목표 고객으로 정하고 시작한 가게였습니다.

그래서 테이블 간격을 넓게 잡고, 콘센트를 충분히 깔고, 메뉴판도 아주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대신 원두 퀄리티와 좌석 편안함에 돈을 더 썼습니다. 점심 피크타임 테이블 회전을 포기하는 대신, 아침·오전 단골을 깊게 잡는 전략을 선택한 겁니다. 저는 그 선택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 가게는 “이 상권은 카페가 잘 된다더라”가 아니라 “이 상권에는 아침에 숨 돌리고 싶은 직장인이 많다”를 먼저 본 것입니다.
 

고객을 먼저 선택하면 달라지는 세 가지

1) 영업시간·동선·좌석이 ‘그 사람’ 기준으로 재설계됩니다

상권을 먼저 보는 가게는 보통 “점심·저녁 피크에 맞춰” 영업시간을 맞추고, 좌석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합니다. 반대로 고객을 먼저 고른 가게는 “그 사람이 언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들어오는지”를 먼저 상상합니다. 위 카페처럼 출근 전 직장인을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아침 시간대에 집중하게 되고, 테이블 수를 줄이더라도 공간 여유를 남깁니다.

  • 내 주요 고객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가장 여유가 있는가
  • 그 시간대에 그 고객이 원하는 분위기는 북적임인가, 여유인가
  • 좌석 수를 줄이고라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구역이 있는가
 

2) 메뉴와 가격이 “모두를 위한 평균”에서 벗어납니다

상권을 기준으로 가게를 만들면, 보통 ‘이 동네 평균’에 맞춰 메뉴와 가격을 설계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메뉴는 점점 늘어나고, 준비해야 할 재료도 복잡해지고, 직원 교육도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고객을 먼저 선택하면, “그 사람이 자주 먹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메뉴 수는 줄어들고, 대표 메뉴의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 내가 선택한 고객이 한 달에 몇 번 정도 방문할 수 있는 가격대인가
  • 그 고객이 “이 집은 이거지”라고 말할 메뉴가 1~2개는 분명한가
  •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오히려 누구에게도 강렬하지 않은 상태는 아닌가
고객을 선택한 가게는 평균을 맞추지 않고, 특정 고객의 “자주 찾을 이유”를 설계합니다.
 

상권보다 고객을 먼저 고르는 연습

3) 선택의 문장을 한 줄로 적어보는 것부터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런 대화를 자주 합니다. “대표님 가게는 어떤 분이 주로 오시나요?” 그러면 보통 이렇게 답이 돌아옵니다. “여기 직장인도 오고, 주부도 오고, 학생도 오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도 오고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상태로는 마케팅·메뉴·인테리어 어느 것도 날카롭게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꼭 한 줄로 정리해 보시라고 권합니다. “점심시간 짧게라도 제대로 먹고 싶은 30~40대 직장인”, “아이 등원 후 혼자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30대 엄마”, “퇴근 후 조용히 한 잔 하고 싶은 40대 남성” 같은 문장들입니다. 이렇게 한 줄로 쓰면, 상권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 내 가게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객 얼굴은 누구인가
  • 그 사람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의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 그 사람을 위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고객 유형은 누구인가
 

결국 상권은 캔버스이고, 그림은 고객이 그립니다

돌이켜보면 상권이 좋은데도 힘든 가게와, 입지는 애매한데도 단단하게 버티는 가게를 모두 봐왔습니다. 뒤에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결국 “누굴 상정하고 시작했는가”가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상권은 사업의 캔버스일 뿐이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사장님이 선택한 고객이 결정합니다. 그 선택이 분명할수록, 하루하루의 운영 결정이 덜 흔들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지도 위의 상권만 보지 말고 오늘 한 번만이라도 가게 안의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나는 이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엇을 약속할 것인지”를 조용히 적어보는 시간만 가져도 방향이 조금은 또렷해질 수 있습니다.

상권 분석과 함께 고객 선택까지 정리하는 전략이 필요하시다면, 실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장 포지셔닝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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