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저자, 그리고 이 글의 관점
『하드씽(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은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번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한 기업가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경영자의 자리에서 겪은 가장 거친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글은 책 내용을 정리하는 리뷰라기보다, 사장으로서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았던 지점들을 “현장에서 사용하는 내 메모”처럼 적어둔 기록에 가깝다. 같은 사장 입장에서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오늘 당장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느꼈는지를 나누고 싶었다.
1. “사장은 늘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제일 불안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됐던 부분은, 경영자가 늘 멀쩡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가지만 속으로는 매출, 인건비, 자금, 사람 문제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대목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대표들도 비슷하다. 직원 앞에서는 “괜찮다, 다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퇴근길에는 “이 결정을 잘한 걸까”라는 생각을 수십 번씩 반복한다. 나 역시 중요한 계약이 무산된 날이면 사무실에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다가, 집에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리곤 한다.
“사장은 회사의 미래를 누구와도 완전히 나눌 수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외로운 자리다.”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했던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불안을 숨기느라 에너지를 다 쓰고 있지는 않은가?” 사람들 앞에서 ‘괜찮은 척’하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쓰면, 정작 사업을 개선하는 데 써야 할 사고력과 체력이 빠르게 고갈된다. 사장으로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불안을 부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2. “직원을 사랑하면서도, 회사부터 먼저 생각해야 하는 죄책감”
하드씽을 읽으며 메모했던 문장 중 하나는 “좋은 사람인데 회사를 위해 떠나보내야 할 때”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일을 정말 열심히 하지만 성장 속도가 회사의 변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 인간적으로는 좋은데 조직 문화와 계속 충돌하는 직원. 사장 입장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이 바로 이때다.
| 머리로 아는 말 |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 |
|---|---|
| “회사 전체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 | “그래도 저 친구 인생은 어떻게 하나…” |
| “역할과 성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 “정 붙인 직원을 내가 자르는 건 아닐까…” |
| “더 적합한 자리에 가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 | “이별 통보를 내가 직접해야 한다는 부담감” |
실제 상담에서 만난 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로는 알아요. 그런데 막상 그 말을 꺼내려니 목이 메어서 못 하겠더라고요.” 결국 몇 달을 더 끌다가 회사 전체가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흘렀고, 뒤늦게 더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하드씽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정리한 내 기준은 이렇다. “감정은 충분히 느끼되, 결정은 회사 기준으로 한다. 그러되, 절차와 표현은 상대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지켜질 때, 사장도 스스로를 덜 미워하게 된다.
3. “버티는 힘은 재능이 아니라 루틴에서 나온다”
책에서는 CEO의 멘탈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다룬다. 여기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멘탈은 타고나는 성격 문제가 아니라 “어떤 루틴으로 하루를 버티는가”의 문제라는 관점이다. 나 역시 사장으로서 몇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면서 버티는 힘은 근성만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한 번은 자금 압박이 심했던 시기에,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오늘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떠올랐다.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세 가지 루틴을 만들었다.
- 출근 후 30분은 숫자와 뉴스가 아니라, 오늘 할 일 3가지만 적는 시간으로 시작하기
-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내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기
- 퇴근 전에 오늘 잘한 한 가지를 적고, 내일 아침에 할 한 가지를 미리 적어두기
별것 아닌 습관 같지만, 이 세 가지가 쌓이면서 위기는 위기대로 존재하는데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의 톤이 조금씩 안정됐다. 하드씽은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멘탈은 픽스된 성격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하는 시스템이다.” 사장으로서 내가 어떤 루틴을 깔아두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
4. “사장의 외로움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숫자를 직면하는 것이다”
책 속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키워드는 결국 ‘현실 직면’이다. 겉으로는 거대한 비전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부에서는 월별 손익, 현금 흐름, 영업 파이프라인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장의 외로움은 더 커진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른다”는 생각은, 사실 “현실을 나 혼자만 알고 있다”는 느낌과 붙어 있다.
실제 현장에서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단순하다. 한 명 또는 두 명이라도, 회사의 중요한 숫자를 함께 보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재무 담당일 수도 있고, 팀장일 수도 있다. 핵심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대표 혼자만 알고 있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고민은 여전히 대표의 몫이지만, 적어도 문제를 바라보는 눈은 둘이 된다.
5. 책을 덮고 나에게 남은 질문 세 가지
하드씽을 덮고 나서, 사장으로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메모처럼 남기고 싶었다.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는 대표라면 이 질문들을 함께 가져가도 좋을 것이다.
- 나는 지금 어떤 불안을 숨기느라, 정작 중요한 일에 쓸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지 않은가?
- 사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회사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미루고 있지 않은가?
- 버티는 힘을 운에 맡기고 있지 말고, 내가 설계한 루틴이 정말 존재하는가?
사장이라는 자리는 누구도 완전히 이해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 생기고, “결국 답은 도망가지 않고 현실을 직면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글이 같은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사장에게 작은 메모처럼 남아, 하루를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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